소야도는 덕적군도에서 요즘 가장 ‘힙’한 섬이다. 지난 2018년 5월 ‘덕적소야교’ 개통 이후 접근성이 좋아지고 조용하고 아름답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발걸음이 눈에 띄게 늘었다. 덕적도 바다매표소 앞에선 소야도행 버스를 타고 섬을 둘러볼 수도 있다.

▲ 소야도에서는 모세의 기적을 하루에 두번 볼 수 있다. 소야도 바닷길은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긴 1300m에 이른다. 전남 진도보다 500m나 긴 거리다.
하루 두 번 길을 열어주는 바닷길서 삶을 길어 올리다
‘모세의 기적’인 바다 갈라짐을 볼 수 있는 곳이 소야도다. 그것도 하루에 두 번이나. 소야도 바닷길은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긴 1300m에 이른다. 전남 진도보다 500m나 긴 거리다. 바닷길에선 무수한 어패류들이 밭을 이룬다. 갯바위, 자갈, 모래로 이어지는 해안생태계를 온전히 볼 수 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은 1967년 상영한 영화 ‘섬마을 선생’ 에 담기기도 했다.

▲ 바닷물이 빠진 곳을 '목바닥'이라 부른다. 열린 바닷길에서는 갯바위, 자갈, 모래로 이어지는 해안 생태계를 온전히 볼 수 있다.
소야도 주민 대부분이 사는 큰말 동북쪽 방향으로 가다보면 저 멀리 작은 무인도 서너개가 눈에 들어온다. 갓섬~갓뎃섬~송곳녀~물푸레섬이다. 바닷물이 빠지면 이 작은 섬들은 서로 다리로 연결된다. 바닷물이 빠진 곳을 ‘목바닥’이라 부른다. 목바닥 시작 지점에는 소야도의 명물인 ‘호랑이바위’가 길을 안내한다. 호랑이바위엔 호랑이 그림이 새겨져 있는데 그림을 보면 아이를 낳는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 목바닥으로 이어진 여러 섬 중에서 특히 간뎃섬은 섬사람들이 오갔던 흔적들로 가득하다. 어촌계의 굴 양식장이었던 이곳의 바닥은 굴껍질로 가득하다. 소야도 굴은 크지는 않으나 맛이 좋아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목바닥을 걸으면 고동과 굴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갯바위도 보고, 모래길도 걸을 수 있다. 구릉처럼 쌓인 굴껍데기 무덤도 만난다. 목바닥으로 이어진 여러 섬 중에서 특히 간뎃섬은 섬사람들이 오갔던 흔적들로 가득하다. 어촌계의 굴 양식장이었던 이곳의 바닥은 굴껍질로 가득하다. 소야도 굴은 크지는 않으나 맛이 좋아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바다가 열리면 주민들은 먹거리를 찾아 나선다. 여인들은 어깨에 망태기를 두르고 돌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고동(갱)을 따기에 여념이 없다. 움푹 파인 바다 웅덩이에선 자연산 미역이 자란다. 미역의 연한 초록빛깔은 바다와 어우러져 짙은 옥빛을 뿜어낸다.

▲ 송곳여. 송곳을 세워 놓은 듯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곳이다.
간뎃섬에서 물푸레섬으로 가는 길엔 ‘송곳여’가 있다. 송곳을 세워 놓은 듯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이곳 바위에도 굴이 새하얗게 붙어 있었다.

▲ 때부루해변은 푸른 소나무가 해변을 드리우고 붉은 해당화가 곱게 피어 있으며 깨끗하고 고운 은빛 모래사장이 800m나 펼쳐져 있다.
차박과 오토캠핑장 명소로 부상한 '때부루해변'
소야도는 폭신하면서 곱고 하얀 모래 해변을 여러 개 품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때부루해변이다. 푸른 소나무가 해변을 드리우고 붉은 해당화가 곱게 핀 이곳은 깨끗하고 고운 은빛 모래사장이 800m나 펼쳐져 있다. 때부루해변도 물이 빠지면 드넓은 갯벌이 드러나는데 가족단위로 조개를 캐며 갯벌체험을 할 수 있다. 때부루해변은 급수시설이 조성되어 있어 차박이나 오토캠핑장으로도 인기가 높다.

▲ 조용한 해변인 죽노골해변. 5분 정도 거리에 무인도인 '뒷목'이 있다. 물때를 잘 맞추면 걸어서 섬을 다녀올 수 있다.
때부루해변에서 산길로 15분 정도 오르면 ‘죽노골해변’이 나타난다. 사람이 없는 부드럽고 고운 모래에 마음이 확 끌리는 곳이다. 아무도 밟지 않은 모래를 밟으며 첫 발자국을 남기는 재미가 쏠쏠했다. 죽노골에서 5분정도 걸으면 무인도 ‘뒷목’이 있다. 물때를 잘 맞추면 걸어서 섬을 다녀올 수 있다. 아름답고 한적한 이 해변에서는 청춘 남녀의 엇갈린 사랑이 깊은 인상을 남긴 영화 ‘연애소설’이 탄생했다.

▲ 소야도의 자랑거리인 '장군바위섬'이다. 멀리서 보면 진짜 장군이 서 있는 것처럼 웅장한 모습이다.
고동도 잡고, 왕재산도 오르고, 붉은 등대도 눈길
소야도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장군바위’이다. 작은 무인도에 바위가 장군처럼 우뚝 서 있다. 카페 ‘아일랜드 소야’가 있는 길로 내려가니 바닷길 저 너머로 장군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전설에는 태어날 때부터 부정을 타서 화석이 되어버렸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장군바위가 있는 주변 갯가에도 고동들이 지천이다. 왼쪽으로는 매바위의 붉은 등대가 눈길을 끈다. 바닷물이 들어올 땐 외로운 등대였지만 바닷물이 빠지니 섬으로 연결되는 자갈길이 보였다.

▲ 소야도 갯가는 고동이 지천이다. 주민들은 한시간도 안돼 플라스틱 큰통에 하나 가득 고동을 채취했다.
정송도(58)씨는 “소야도가 너무 예뻐 정착한 지 7년이 됐다”며 “바닷가에 나가면 고동, 조개, 굴이 흔하고 풍부하다”고 말한다.

▲ 매바위 붉은 등대
정 씨는 장군바위가 있는 갯가에서 플라스틱 통에 하나가득 고동을 따는 데는 1시간이면 충분했다.
왕재산(116m)은 소야도의 뷰포인트이다. 왕재골, 왕재봉으로 불리는데 소야반도에서 등산로인 큰재에서 오르면 왕재산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는 강화, 영종, 자월, 승봉, 당진, 선갑, 문갑, 굴업도가 두루두루 보인다.

▲ 소야도 주민 대부분이 살고 있는 큰말.
소야도 주민들 대부분이 어업에 종사했지만 밥 먹고 살기는 녹록지 않았다. 덕적도처럼 산의 경지가 가팔라 농사가 안되는 섬이었기에 고기를 잡아야 쌀, 보리와 바꿔 먹을 수 있었다. 연평도 가서 조기를 잡고, 소야반도나 자월도 옆 반도골에서 민어를 잡았다. 풍어제도 지냈다. 연평도에서 조기를 많이 잡으면 배에 깃발을 꽂고 꽹과리와 피리를 불며 만선을 자축했다.
김신웅(76) 소야도 어촌계장은 “아버지가 연평도에 갔다 오면 무사 귀환에 감사하는 뜻으로 조기를 쪄서 올린 뒤 고사를 지냈다”고 말했다.

▲ 덕적소야교의 야경 모습. 다리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양한 색깔로 변주되고 있다.
5· 60년대 자유당때부터 다리 건설 요구, 애절한 역사 담겨
2018년 덕적소야교 건설로 주민들의 생활은 한층 편리해졌다. 하지만 이 다리가 놓이기까지 소야도 사람들은 오랫동안 정치권이나 정부에 읍소하고 호소해야 했다. 소야와 덕적을 잇는 다리 건설은 소야도 사람들의 오랜 염원이었다. 주민들은 5,60년대 자유당시절부터 다리건설을 요구했다.
5분~10분이면 도착하는 짧은 거리지만 배로 다니다 보니 바람이 불고, 안개끼고 파도가 높으면 배가 안 뜨는 일이 다반사였다. 배도 나룻배에서 나중에는 종선으로 바뀌었다. 덕적도로 학교를 다녔던 학생들은 날씨가 나빠지면 수업 중간에 집에 가야했다.

▲ 소야도 큰말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 소야도 천주교 공소. 이 작고 아름다운 성당건물은 인근 교회에서 매입해 리모델링 중에 있었다.
배는 하루에 5~6번 운행했다. 아침, 저녁 학생들 등하교와 낮 시간에 주민들을 실어 날랐다. 소야도 선착장의 이름은 ‘나루개’이다. 나루개 선착장앞에는 몇 채의 집들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마을 뒤쪽은 밭이다. 선착장 마을 뒤로 넘어가면 텃골이라 부르는 작은 마을이 있고 소야도 주민 300명중 60% 이상은 큰말에 산다.
섬의 중심인 큰말 언덕위에는 천주교 공소가 그림같은 소야의 바다를 품은채 오롯이 서 있다. 공소는 6, 70년대 덕적군도에 천주교 신자가 많았을 때 세운 것으로 보인다. 공소는 인근 교회가 건물을 인수해 리모델링하고 있었다.
덕적 못지 않는 교육열 자랑, 폐교는 문화공간 ‘소야야’로 재생 중
소야도 역시 교육열은 덕적도에 못지않다. 작은 섬에서 서울이나 외국으로 유학을 간 사람들이 적지 않다. 소야국민학교는 1989년에 분교가 된 뒤 학생수 감소로 1998년 폐교됐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사라졌지만 학교 건물은 그대로 남았다. 학교는 현재 도시재생차원에서 복합문화공간인 ‘소야야’로 꾸며지는 중이다.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도자기체험 등 다양한 문화체험과 활동을 할 수 있다.

▲ 소야도를 오가는 공영버스. 버스는 덕적도 바다매표소 앞에서 출발해 소야도 곳곳을 다니며 관광객들을 실어 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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